조건형성 원리는 아주 기계적으로 작동하는 것인데, 이런 단순하고 기계적인 원리로는 수학 공부 같은 것을 설명하기 힘들다. 따라서 사고가 개입되는 더 고차적인 종류의 학습이 필요한데, 이를 인지 학습이라고 하며, 여기엔 고등동물이 하는 다양한 형태의 학습이 포함된다. 비연합 학습에 대한 연구도 많이 있으나 우리는 가장 많은 연구가 이루어져 있고 인간의 삶에 더욱 중요한 연합 학습과 인지 학습만을 살펴볼 것이다.
파블로프와 조건반사
고전적 조건형성(classical conditioning, 또는 파블로프식 조건형성)에 관한 연구는 20세기 초 소화과정을 연구하던 러시아의 생리학자 파블로프(Pavlov, 1927)의 실험에서 시작되었다. 그는 개의 침샘에 연결된 관을 사용하여 개의 침 분비 현상이 먹이가 입에 들어오면 자동으로 일어나는 반사적인 반응임을 입증하는데 실험이 진행되면서 이상한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즉, 개가 입 속에 먹이가 있을 때뿐 아니라 먹이가 담겨 있던 그릇을 볼 때도, 또 먹이를 주곤 하던 실험자의 모습만 보아도 침을 흘리기 시작했던 것이다. 나중에는 실험자가 실험실 문을 여는 소리만 들어도 침을 흘리게끔 되었다. 침 분비를 일으키는 물리적 자극이 없는데도 침이 흘러나오는 이 현상을 파블로프는 심적 분비(psychic secretion)라고 부르고는 이를 체계적으로 연구했는데, 그 전형적인 실험상황은 다음과 같다.
개에게 종소리를 들려준다. 개는 소리가 나는 쪽으로 머리를 돌릴 거나 약간 움직이긴 하겠지만 침을 흘리지는 않는다(이런 의미에서 학습되기 전의 종소리는 침을 분비하는 현상과는 무관한 중성 자극이다). 종소리를 울린 지 몇 초 후에 먹이를 주면, 개는 먹이를 먹으면서 침을 분비한다(여기까지가 1회의 훈련 시행이다). 몇 분 후에 또 종소리를 들려주고는 먹이를 준다. 이런 일을 수십 차례 되풀이하고 난 후, 종소리만 들려주고 먹이는 주지 않는다. 그러면 이 개는 먹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침을 분비한다.
이 고전적 조건형성에는 네 가지 요소가 있다. 우선, 개는 먹이를 먹으면 자연적으로 침을 분비한다. 이처럼 세상에는 유기체에서 어떤 반응을 자동적으로 유발 하는 자극이 많이 있다. 예를 들면, 우리는 손이 뜨거운 난로에 닿으면 뜨겁다고 느끼기도 전에 재빨리 손을 움츠리게 된다. 이러한 반응은 학습되지 않은 자동적인(즉, 생득적인) 것으로서 무조건 반응(unconditioned response: UCR)이라고 한다. 그리고 무조건 반응을 일으키는 자극을 무조건 자극(unconditioned stimulus: UCS)이라고 한다. 무조건 자극에 대하여 무조건 반응이 일어나는 것이 무조건 반사(unconditioned reflex)다.
종소리는 애초에는 침 분비를 유발하지 않지만, 종소리와 먹이의 짝짓기를 여러 번 시행하면 종소리는 먹이를 예고하는 신호가 되고, 따라서 종소리만으로도 침 분비가 유발된다. 이처럼 어떤 중성 자극이 무조건 자극과 짝지어짐으로 인해 새로운 반응을 유발하게 될 때 그 자극을 조건 자극(conditioned stimulus: CS)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그 조건 자극에 대해 새로이 형성된(즉, 학습된) 반응을 조건 반응 (conditioned response: CR)이라고 한다. 조건 자극에 대해 조건 반응이 일어나는 것이 조건 반사(conditioned reflex)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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